241105 - 241112
눈과 사람과 눈사람
- 저자
- 임솔아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19.06.07
첫 만남
임솔아 작가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를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 다른 소설집인 <눈과 사람과 눈사람>도 꼭 읽고 싶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의 내용이 단순히 재밌어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고, 비슷한 이야기들이랄까 비슷한 주제의식이랄까 비슷한 서술구성이랄까 아무튼 무언가 비슷한 소설들이 한데 뭉쳐져있는 소설집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리뷰

다시 하자고 / 선샤인 샬레 이 두작품이 가장 좋았다.
신체 적출물과 눈과 사람과 눈사람은 제대로 읽지않았다. 그런 글도 있는 법이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 글. 그래서 난 소설집이 좋다. 언제든 건너뛰기를 하고 다시 돌아갈 수 있어서.
이 소설집도 비슷한 주제(가치관)을 공유하고 있다고 느꼈다. 어딘가 부유하고 표류하고 정의되지 못하고 겉도는 인간들의 정체성 찾기랄까.
그 중에서도 다시 하자고와 선샤인 샬레에서 그런 인물들이 더 잘 느껴졌다. 이방인, 이름 없는 사람들.
나는 이방인으로서 이방인을 기다렸다. 이름 없는 사람이 되어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을 기다렸다. 이름을 부를 일도, 이름이 불릴 일도 없어서 어떤 사람도 될 수 있었다.
- 선샤인 샬레
매번 이름을 바꾸며 살아 진짜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 지은과 수희(다시 하자고) 이름이 뭐냐고 물어도 고개를 내젓기만 하는 민주(선샤인 샬레)
이들의 모습이 지금 이 책을 읽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여서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겠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때도 느꼈는데 이 작가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가 '나'의 이야기보다 상대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내면보다 상대를 더 많이 말하고, 상대가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다시 하자고에서는 서술자인 수희가 지은을,
뻔한 세상의 아주 평범한 말투에서는 언니를,
바라보는 일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일과 비슷했다. 기다리는 일은 무언가를 지키고 있는 일과 비슷했다.
- 줄 게 있어
바라보고 기다리고 지키는 사람들이다. 줄 게 있어의 화분을 바라보는 영후도, 손님을 기다리고 지켜보는 선샤인 샬레의 '나'도.
그렇게 기다리고 바라보고 지키던 나도 집을 나오거나 홀로 남겨지거나 변화하고
발견
아프다는 게 뭔지 아니. 정상이 아니라는 거야. 정상이 아니면 사람이 아프게 되는 거야. 정상이 되고 싶은 건 욕망이 아니라 균형감각이야. 인간은 항상 회복을 지향하도록 되어 있어. 정상일 때에는 자기가 정상인 데 둔감하지만, 비정상이 되고 나서는 정상이 무엇인지를 뼛속 깊이 생각하고 갈망하게 되는 법이야.
(⋯)
언니다 정상이라는 착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가 필요할 거라는 거 알아. 나의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 면들이 정상적이고 싶어하는 언니의 욕망을 채워준다는 것도 알아.
(⋯)
언니는 아프지 않을 것이고, 언니는 오래도록 아플 것이다.
- 뻔한 세상의 아주 평범한 말투
'정상'이 되고자 끊임없이 생각하고 갈망하고 결국엔 기정을 '정상'으로 고쳐주기 위해 간섭하던 언니의 모습에서 나를 봤다. 나는 언니이기도 하면서 기정이기도 하다.
정상이란 무엇이고 비정상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언니의 말이 전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일부 동의한다. 인간은 회복을 지향하고 정상이 되고자 하는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정상은 무엇인가. 언니는 정상이었는가. 스스로 정상이라고 생각하니까 언니는 아프지않을 것이지만 결국 정상이란 건 없기에 언니는 오래도록 아플 것이다.
정상이라는 글을 쓰다보니 병원의 유림과 줄 게 있어의 영후가 생각난다. 죽기를 바랐지만 병원비 보험처리를 위한 정신과 진단서를 받기위해 정상이 되고자 했던 유림도. 당연히 아파야하고 죄책감을 가져야된다는 주변 사람들의 생각에 화를 분출하는 영후도.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잖아요."
대답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나는 웃어 보였다.
"왜 웃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이루어진 이곳을,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선샤인 샬레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면 아무것도 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그 시절 나의 고난이었으나, ⋯
- 선샤인 샬레
유난히 선샤인 샬레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 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나왔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를 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읽으면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책을 덮으며
글을 쓰다보니 소설집 속 모든 이야기에 정상성에 대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세상이 정상이라고 말하는 비정상에 대해서 계속 떠돌고 방황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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