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용 독서

디디의 우산 | 황정은

김박철 2024. 11. 23. 20:17

241123

어떠한 사전 정보도 없이 책을 읽는다는 건 도전이고 모험이다.
위험하지만 다시는 느낄 수 없는 미지의 첫 경험을 선사한다.


디디의 우산

디디의 우산
넓고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동시에 평단의 확고한 지지를 받으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황정은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d》라는 제목으로 다시 선보이는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웃는 남자》, 《문학3》 웹 연재 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묶은 소설집이다. 2014년 세월호참사와 2016~17년 촛불혁명이라는 사회적 격변을 배경에 두고 개인의 일상 속에서 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탐구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릴 적 친구인 도도와 재회한 디디. 지난 시절 도도에게 빌린 우산을 돌려주지 못했던 기억을 계기로 친밀해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저자의 단편 《디디의 우산》에서 비롯된 작품 《d》에서 디디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이번 신작 ‘dd(디디)’의 죽음 이후 자신 또한 죽음과도 같은 날들을 보내던 ‘d’(전작 단편의 도도)는 청계천 세운상가에서의 물류 일이라는 고된 노동의 하루하루 속으로 침잠한다. 그러던 그는 세운상가에서 수십 년간 음향기기 수리를 해온 여소녀와의 만남을 계기로 조금씩 다시 세상 속으로 발을 딛는다.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의 화자 ‘나’는 구두회사 직원이자 완성하지 못한 열두 개의 원고를 지닌 작가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체육대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동갑내기 서수경과 20년째 함께 사는 중이다. 두 사람이 고교 졸업 후 재회해 인연을 키우게 된 계기는 1996년 이른바 ‘연대 사태’가 벌어진 연세대 안에서의 일이다. 서수경의 생일을 맞아 작은 파티를 열 계획이었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비극을 목격한 이후 두 사람은 계속해서 광장으로 거리로 나선다. 1996년의 연세대, 2008년의 ‘명박산성’, 2009년의 용산, 2014년부터의 애도와 분노의 현장, 이윽고 2016년 겨울 수백만 촛불의 물결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나’는 이내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 판결의 순간을 서수경, 그리고 동생, 조카와 함께 지켜본 뒤 이들이 모두 잠든 조용한 오후를 맞는다. 많은 사람이 혁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도 끝내 아무도 말하지 않은 것들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여전히 도외시하고 있음을 말하는 작품의 결말은 전율적이다.
저자
황정은
출판
창비
출판일
2019.01.20


첫 만남

기억이 잘 나지않는다. 디디 라는 글자에 끌린 것 같기도하고. 꺼내조니 빨간 표지에 끌렸던 것 같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와 한동안 방치해두었다가 반납기한이 다가오자 의무감에 페이지를 넘겨야했다.

발견

소리의 흔적, 잡음들. 그것이 세계를 상시적으로 메우고 있었다.

d에게는 세계가 이미 너무 시끄러웠다.



종종 귀를 틀어막고 세상 일을 차단해버리고 싶은 내 마음처럼

세상 일이 너무 시끄러워 모두 모르쇠해버리고 싶은 것처럼

세계가 너무 시끄러워 시끄러운 곳에 가고싶은 나의 마음이 울리는 이야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시끄러운 세상을 담은 소설이었다

내가 이런 소설을 가볍게 읽어도되는걸까 고민이 된다. 책의 두께와 무게만큼 나에게 만만치않은 무게를 주는 이야기였다.

나는 죽음을 느껴요. 매우 정지된 지금을요. 너무 정지되어서, 지금 바로 뒤를 나는 상상할 수 없고요 궁금하지도 않아요. 지금이라는 것은 이미 여기 와 있잖아요. 그냥  슥 ⋯⋯



이상하다. 분명 책으로 읽을 때도 공감은 되었지만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글로 옮기니 더 내가 하는 말처럼 느껴진다. 너무 정지되어서 상상할수도 궁금하지도 않은 지금을 죽음처럼, 죽음을 지금처럼 느끼며...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기피했던 주인공상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이런 공개적인 공간에 적기에는 개인적인 취향이라 구체적인 묘사가 어렵지만 나는 이런 주인공 이런 서술자가 싫다. 마치 현실에 있는 비슷한 인물들에게 면죄부와 서사를 쥐어주는 것 같고 내가 거기에 이입하고 공감하는 데서 불쾌하고 역겨움을 느낀다. 그래서 그동안 그토록 피해다녔구나를 느꼈다. 가장 와닿은 구절이 바로 버스에서의 장면과 d의 어머니에 대해 dd가 한 말을 d가 회상하는 장면.

d의 어머니에 대한 글을 보고 d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인물이라는 건 소설적 허용인건가 하고 의문이 끝나기도 전에 dd의 말이었다는 서술을 보고 역시 소설도 현실이고 현시대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직 책을 덮지않았다. 이미 d 만으로도 충분한 발견이 된 것 같아서 뒤이은 이야기는 머리를 식히고 봐도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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