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용 독서

네가 있는 곳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 | 백가연 | 저스트스토리지

김박철 2024. 11. 7. 08:06

(11월 2일부터 아직까지 다 완독 하지 못한 책.
다 읽은 후 추가하겠습니다)

네가 있는 곳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

네가 있는 곳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
괜찮아. 네가 뭐라고 하든 나는 네가 좋아. 그리고 나 역시 너의 기쁨뿐만 아니라 아픔과 슬픔까지도 놓치지 않고 잘 알아주고 싶어. 너의 새벽만 유난히 긴 것같이 느껴지는 날에는 전화 줘.
저자
백가연
출판
저스트스토리지
출판일
2023.09.01



첫 만남

그런 날이 있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날. 외부의 소음 때문일 수도 내면의 시끄러운 사정 때문일수도 있는 그런 날.

소설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땐 가장 작고 가볍고 나의 눈에 띄는 책을 찾아야 한다. 그 여행 끝에서 발견한 에세이


발견

좋아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가 바쁘다.  반짝이는 마음들이 나를 자주 일으켜 세운다.

- 네가 있는 곳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

얼마 전 읽은 소설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중 내가 아는 가장 밝은 세계의 한 구절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내가 좋아하고 흠모하면서 읽었던 많은 작품은 인간이 품은 진실이라거나 각자의 입장 같은 것을 끈질기게 탐구할 때에 빛을 발했다. 나는 이미 그런 빛에 매료되어 있었다. 내가 아는 가장 밝은 세계다.

​- 내가 아는 가장 밝은 세계 (아무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중)

나를 반짝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나를 매료시키는 밝은 세계의 빛은 어디 있는가.




책을 읽을 때마다 나의 모습을 책 속에서 찾는다.

누군가 그랬다. 작가가 한 질문을 오래도록 고민하고 답을 찾아 소설을 쓰면 독자는 그 시간의 몇십 배는 짧은 시간을 들여 책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나는 게을러 종종 작가의 오랜 고민과 생각이 집약된 문장을 베껴오고는 한다. 누구나 그럴지 모르겠지만 이입이 잘 되고 공감이 잘 되는 글이 잘 읽히고 재밌다. 이 책은 딱 그 반대였다. 처음에는 와 정말 나도 이런 생각하는데 ⋯ 하며 읽다가 점점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당연하지!)

그러나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내 한계를 또렷하게 직면하는 일이 조금 버거웠다.
(...) 성적표에 또렷하게 적혀 있는 1점대의 학점이 내 점수라고 여긴 적 없었다.
(...) 멍청하고 오만한 현실 도피였다.

- 네가 있는 곳은 어떤지 물어보고 싶어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작가의 모습에 배알이 꼴렸나 보다. (나보다 잘살고 잘 나가서가 아니라 그냥 다르다는 자체만으로도 부러워지는 그런 사람이 있다) 사람은 모두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각각이 특별하다는 걸 안다. 그러나 머리로 받아들이는 것과는 별개로 내 한계를 또렷하게 직면하는 일이 조금 버거웠다.

책을 덮으며

얇고 작은 책을 일주일째 덮지 못한 현실에 눈을 덮는다